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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오늘의 유머 (6)
전자나룻배
배가 고파졌다. 길을 걷다 오토바이를 보자 허기가 돌았다. 참으로 이상하다. 왜 나는 저 오토바이가 그렇게 맛있어 보일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면서도. 내 혀는 저걸 늘 먹어왔다는 듯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배기구에 맺힌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시동을 끈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 씹을 때의 감촉이 혀에 생생히 돋아난다. 먼저 바퀴를 씹는다. 오토바이를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엔진부터 먹으려고 하겠지만, 그건 틀렸다. 오토바이 엔진이 가장 맛있을 거라는 논리는 순대를 먹을 때 염통을 먹었던 기억만 떠올린 것이다. 잘 생각해 보자. 돼지는 족발이, 닭은 다리가, 소는 사태가 제일 맛있는 부위다. 그러므로 오토바이또한 바퀴쪽이 제일 맛있는 것이다. 맛있는 부위부터 먹는 것이 식사의 정석이..
"빰빠라빰! 빰! 빰! 기상!" 창문으로 비치는 햇빛도, 옆집 아기의 울음소리도 깨우지 못한 나를 휴대전화의 알람 소리가 깨운다. 알람을 일곱시 반에 울리도록 맞추어뒀으니 지금은 일곱시 반일 것이다. 생각은 거기에 그치고, 손은 척수반사적으로 휴대전화에 뻗어나가 알람을 꺼버린다. 그런 뒤엔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다시 잘 바에야 뭐하러 알람을 맞췄을까. 누운 채로 흘긋 본 벽에는, 나의 새해 다짐이 크지만 멋없는 글씨로 쓴 '나의 목표'가 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의욕이 충만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저걸 쓸 때만큼은 충만했다. 제대를 하고 일주일간 놀았을 때야, 죄스런 마음은 없었다. 부모님도, 나도, 그것을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포상이라고 여겼다.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딱 이..
새하얀 입김. 차가운 바람. 햇빛을 받아 시리게 빛나는 설원. 간밤의 눈에 덮인 마을은 혼롓날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만큼이나 희고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옷에 맺힌 서리를 털어내는 경비병들과 솥에 얼음을 끓이는 아낙네들. 그리고 사냥감을 상패처럼 자랑스러이 메고 오는 우람한 사내들이 제 나름의 방법으로 발레스의 아침을 밝히고 있었다. 그 아침의 테두리 밖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의 행색은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군데군데 해져 바람이 새는 것이 보이는 로브도 그렇지만, 장갑은 얼마나 썼는지 너덜너덜 해졌고, 가죽 장화엔 언제 붙었는지 모를 진흙이 굳은 데다, 허리춤에 차인 검은 손질이 되지 않아 빛을 잃었다. 그나마 봐줄 만한 구석이 있다면 막 씻은 듯 깨끗한 얼굴과 손의 피부와 등에 멘 멋..
자르딘 동쪽엔 시들지 않는 풀밭이 있다항상 웃고 있는 꽃과항상 풀을 뜯는 순록항상 분주한 걸음을 하는 그 말고는 몇 해째 손님이 없다 나는 그의 발자취를 밟는 것을무척좋아했다 닳아빠진 목검 말고는가진 것 없는 그의 흔적도 풀을 미처 삼키지 못 하고 스러진 순록과 함께뉘여있었다 아프지 말라는 말일까풀밭에 곱게 놓인 빠알간생명력 30 포션 하나 한 걸음 더 나아가라는 말일까TV에 나오는 청춘 음료와 빼닮은스태미나 30 포션 하나 해진 내 옷이 안쓰러웠던 걸까작은 우아함을 담은투 톤 비조 드레스 나는아아나는 아아그의 발자취를 좋아했다사랑했다 순록의 원망 섞인 눈물도어느새 잊고그의 발자취만을좇았다 자르딘 동쪽엔 시들지 않는 풀밭이 있다항상 웃고 있는 꽃과항상 풀을 뜯는 순록말고는 몇 해째 손님이 없다 나는말보다..
가벼운 취기의 기쁨.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내 표정은 굳어있었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역시 나란 사람은 밑 빠진 독인지, 오줌보 한구석에서부터 주체 못 할 요의가 솟구쳤다. 방광은 아까 마신 술을 버리자고 배를 연방 두들긴다. 집까진 앞으로 이십 분 거리. 가까운 거리이지만, 그냥 참고 가기엔 나의 오줌보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노래방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화장실 어딨나, 화장실. 화장실." 급한 마음에 입은 속내를 터놓는다. 모르긴 몰라도 그건 아이의 울음보다도 솔직한 소리이리라. 다행히 들어가자마자 화장실 팻말을 단 철문이 보였다. '살았다!' 기쁜 마음으로 문고리를 돌려 당겼다. 철컹. 잠긴 문을 당겼을 때 나는 특유의 소리. 당황한 ..
선풍기 바람조차 미지근해지는 방. 그곳은 마치 거인의 입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을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온기와 불쾌함이 있었다. 결국, 견디다 못해 베란다로 나왔다. 밤바람은 단풍나무가 만족감에 몸을 떨 때까지 애무하다, 내게로 와 닿았다. 저녁을 거른 모기들이 다리에 달라붙어 피를 쪽쪽 빨아대긴 하지만, 나온 보람이 있다고 느껴졌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은 별들로도 채우지 못한 자신의 빈 곳을, 사람의 시선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인지, 자신을 고혹적인 색으로 물들이고서 자신을 채워줄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의 눈이 한창 밤의 자태를 즐기고 있을 때, 희미하고도 곧은 은빛 직선이 하늘 한 편에 그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척수 반사적으로 아쉬운 소리를 내었다. 소원을 빌지 못했..